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중국 ESG 도입의 역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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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기원전 1,000년 전 중국의 고대 국가 중에 상나라(商)가 있다. 상나라가 태공망과 무왕의 주나라에 멸망한 이야기는 대표적인 괴력난신 소설 ‘봉신연의’를 읽은 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멸망한 상나라의 유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많이 시작했는데, 장사는 ‘상나라 사람(商人)들의 업무(業)’라 하여 그때부터 상업(商業)과 상인(商人)이란 단어가 생겼다. 중국에서 상업의 역사는 뿌리가 깊어 중국 공산당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크다. 

상업 관념의 영향력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서구식 경제체제로의 개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서구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투자 기준인 ESG가 관심을 끌면서, 외국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중국은 ESG 개념의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2006년 이후 상하이, 홍콩 등 증권시장에서 등장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화에 익숙하다. 따라서 금융, 증권 분야뿐만 아니라 서구의 ESG에서도  ‘탑다운(Top Down) 방식(自上而下)’의 개혁을 중시한다. 

2006년 UN의 ‘UN 책임투자원칙’에서 ESG가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서구에서는 금융투자업계의 ‘책임투자’ 원칙에 따라 반성적인 노력과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반면 중국은 중앙정부 및 금융감독기관의 주도하에 ESG의 도입 및 성장이 이루어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서 ESG의 개념의 최초 언급은 2006년 선전 증권거래소가 공시한 ‘선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사회책임안내’로 보고 있다. 2008년 상해 증권거래소 역시 ‘상장회사의 사회적 책임 부담업무에 대한 통지’를 공시하며 두 증권거래소 모두 ESG의 기초개념을 소개하였다. 

2012년에는 홍콩거래소에서 ‘환경, 사회와 관리 가이드라인’을 공시하고 2015년경 기존의 ‘상장사의 ESG 권유’에서 ‘ESG 위반사항에 대한 해명’의무로 격상하였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ESG 수칙 발표

2018년 경 중국의 메인 증시인 A주 증시는 정식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녈(MSCI) 신흥시장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지수 편입에 성공하였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같은 해 9월 ESG에 맞는 상장사 운영에 수정된 ‘상장사관리수칙’을 공시했다. 이는 이사회와 감사회의 운영,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재차 정립하며 ESG의 기본 틀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2019년 11월 중국증권투자펀드업협회에서도 별도로 ‘자체평가보고서 제출에 대한 공지’ 등을 발표했다. 

2020년 9월경 시진핑 주석의 75차 유엔 기조연설에도 간접적으로 ESG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가 ESG 공시에 대한 세부 규정 제정에 착수하는 등 중앙정부 및 금융감독기관 중심의 ESG 원칙을 점차 확립해 나가고 있다. 

 

수천 년 상인들의 후손, 거부감 없는 서구식 경제개혁

중국 정부는 서구권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민주화, 인권에 대한 개선요청에 대해 항상 내정간섭으로 보아 거부해왔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 대한 요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녹색경제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 기준은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의 서구화’는 거부, ‘경제의 서구화’는 환영하는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수천 년부터 존재해왔던 상인들의 후손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개혁을 유도하는 열쇠는 상업이라는 생각이 재차 확인된다.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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