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고시안’ 개정
자산운용사, 벤처투자조합 공동운용 가능
금융위의 규제 완화 조치, CVC 규제 완화 수혜받기 어려워
“모기업 차원의 장기적∙전략적 투자 측면 강한 CVC, 다양한 투자안 검토 제약”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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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벤처∙스타트업 투자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벤처∙스타트업 투자업계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 CVC 자금조달 및 투자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직무대행 김병준, 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다. 신규 투자금액은 8,815억 원에 그쳤다. 전년 2조 2,214억 원과 비교하면 60.3%나 급감한 셈이다. 지난해 누적 투자 금액 역시 전년 대비 11.9% 감소한 6조 7,640억 원으로 벤처시장의 투자 경색이 뚜렷해진다는 게 전경련 측의 설명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지난 7일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통해 ▲사모펀드 관련 규율 정비 ▲로보어드바이저(RA) 규제합리화 ▲외환표시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 출시 등에 의결했다. 이로써 자산운용사는 창업투자회사 등과 함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등에 따라 벤처투자조합을 공동운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업의 분류가 상이한 2개사가 벤처펀드를 공동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해 최근 위축된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위의 규제완화 조치에도 일반지주회사 CVC는 규제 완화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CVC는 외부투자자가 40%까지만 출자가 가능한 만큼,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CVC의 설립∙운영에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며 “CVC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해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대기업-벤처기업 간 상생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국회)
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국회)

 

‘외부자금 출자 한도’ 최대 40%까지∙∙∙“투자안 검토에 제약” 

CVC는 비금융권 기업이 재무적∙전략적 목적으로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앞서 지난 2021년 말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1년 12월 31일부터 국내 일반지주회사도 CVC를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CVC가 도입되기 전에는 금산분리(金産分離)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신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비지주회사 그룹의 CVC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가 적용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100% 자회사로만 소유할 수 있으며 부채 비율은 200%, CVC가 조정한 펀드에 투입되는 외부자금의 상한은 40%로 제한된다. CVC 펀드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 역시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까지만 가능하다. 

최근 지주회사 소속 CVC가 외부 투자자와 50:50 지분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공동운용(Co-GP)을 검토했지만, ‘외부자금 출자 한도 최대 40%’ 규제로 인해 펀드 조성이 무산된 사례도 등장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 CVC는 모기업 차원의 장기적∙전략적 투자 측면이 강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현행 규제 상 총자산의 20% 범위 에서만 해외투자가 허용돼 다양한 투자안 검토에 제약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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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CVC 운용 사례는? 

한편 외국 상황은 어떨까. 외국에서는 지주회사의 CVC 보유에 대해 사전적인 규제가 없는 데다 기업이 시장 상황에 맞게 CVC∙펀드 형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미국 구글(Google)은 CVC인 구글벤처스(GV)를 100% 자회사 형태로 보유한 만큼, 내부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슬랙(Slack), 블루보틀(Blue Bottle), 제트닷컴(Jet) 등 초기 단계 스타트업 400여 곳을 발굴하기도 했다. 

일본 미쓰비씨UFJ파이낸셜그룹(MUFG) 내 계열사 11곳을 비롯해 SMBC닛코증권 등 최소 12곳이 미쓰비씨UFJ캐피탈(Mitsubishi UFJ Capital)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미쓰비씨UFJ캐피탈이 하고 있는 ‘토호쿠 6차산업화 지원 펀드’에는 계열사인 미쓰비시UFJ은행 외에도 농림어업성장산업화지원기구(A-FIVE), 토호쿠 지방 4개 은행 등 외부자금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 레전드홀딩스(Legend Holdings)의 100% 자회사인 레전드캐피탈(Legeng Capital)은 지난 2011년 ‘RMB 펀드 II’를 결성했고 레전드홀딩스 외에도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NSSF)와 에너지 기업 시안 샨구파워(Xiamen Xiangyu Power) 등 다양한 외부기관이 자금을 출자했다. 

독일 베르텔스만그룹(Bertelsmann Group)이 아시아 지역의 벤처투자를 위해 설립한 CVC인 베르스텔만아시아인베스트먼트(BAI) 역시 베르텔스만 유럽주식합자회사(Bertelsmann SE & Co. KGaA) 산하 벤처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베르텔스만인베스트먼트(Bertelsmann Investment)가 이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즉, CVC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것이다. 지난 2008년 CVC 설립 당시 베르텔스만그룹에서 펀드에 전액을 투자한 바 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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