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지주회사, CVC 제한적 보유 가능
지주회사 CVC, 투자조합 설립∙출자로 1,511억 원 자금 조성
“재무구조 개선, 생산시설 확대, 우수인력 확보 등 가능”∙∙∙기업가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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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제도가 도입 1주년을 맞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성장잠재력이 큰 소규모 기업 인수에 따른 시장 경쟁 제한을 감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1년 12월 31일부터 국내 일반지주회사도 CVC의 제한적 보유가 가능해졌다. 

CVC는 비금융권 기업이 재무적∙전략적 목적으로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CVC가 도입되기 전 한국에서는 금산분리(金産分離)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신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개정안으로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100% 자회사로만 소유할 수 있게 됐으며 부채 비율은 200%, CVC가 조성한 펀드에 투입되는 외부자금의 상한은 40%로 제한됐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1년간 9개사가 지주회사 내 CVC 보유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지난 26일 공개한 ‘CVC 운영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CVC 보유를 허용한 후 1년 동안 9개사가 지주회사 내 CVC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CVC는 설립∙전환 이후 투자조합을 설립하거나 직접 출자받아 1,511억 원의 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출자받은 자금 중 90%에 해당하는 1,360억 원은 CVC 자본금 및 계열회사로부터 조달한 내부자금이었다. 모태펀드, 일반기업 등으로부터 조달한 외부자금 비중은 10%에 그쳤다. 

또 총 투자금 865억 원 중 93%를 차지하는 801억 원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나머지 7%에 해당하는 64억 원은 해외기업 등에 투자했다. 

그렇다면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하거나 CVC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지주회사는 신산업분야 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의 확보, 계열사 영위사업과의 연관성을 통한 시너지 창출, 투자차익 가능성, 세제 혜택 등을 꼽았다. 이밖에도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및 사회기여 역시 CVC를 설립한 이유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CVC로부터 투자받은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생산시설 확대, 우수인력 확보 등이 가능해 졌다”며 “사업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를 통한 사업전략 공동수립, 해외진출 지원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투자차익보다는 기업집단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주회사 CVC의 특장점으로 꼽힌다. 

공정위 관계자는 “투자실사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로부터 기술자문을 받거나, 영위 사업분야와 기술검증(PoC) 및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투자심사를 실시하는 등 계열회사 사업부서의 POC를 통한 깊이 있는 투자심사가 가능하다”며 “출구전략(Exit)에서도 기업공개(IPO), 지분매각 등 기존 방식 외에도 사업적 연관성이 높은 벤처기업에 대해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건 인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니어스랩
사진=니어스랩

 

공정위가 밝힌 CVC 도입 성공사례는? 

그렇다면 공정위는 CVC 도입 1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CVC 제도는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며 “CVC를 통한 벤처투자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주회사의 투자와 지도를 통해 성장한 사례를 발표했다. 

2017년 설립된 친환경 소개 개발 스타트업 에이엔폴리(ANPOLY, 대표 노상철)는 올해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150억 원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에이엔폴리는 왕겨, 커피박 등 유기성 폐자원에서 친환경 나노셀룰로오스를 추출해 화장품, 식품 등에 함유되는 고품질 소재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에이엔폴리와 포스코 계열사 주재원과 연계해 해외 구매자(바이어)를 소개하고 현지화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기업집단 차원에서 전략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화 전략을 함께 수립하면서도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서다. 

에이엔폴리는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푸드테크 학술회의(컨퍼런스)인 ‘퓨처푸드 아시아(Future Food Asia) 2022’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ESG 분야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받는다. 

고피자(GOPIZZA, 대표 임재원)는 로봇과 AI 화덕을 이용해 1인용 피자를 제조한다. 올해 GS벤처스와 CJ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피자는 2016년 푸드트럭 한 대로 시작한 피자 브랜드다. CVC를 통해 내년 2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매장을 열며 해외 성장세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한편 니어스랩(NEARTLAB, 대표 최재혁)도 CVC 제도 도입 모범사례로 꼽혔다. 니어스랩은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출신이 2015년 공동창업한 자율 비행 드론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 비행드론 및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풍력발전이나 댐, 교량 등 다양한 산업현장의 안전 점검 해법을 제공한다. 

올해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스마트팩토리 관련 협업을 통한 신규사업 기회 제공, 네트워크 공유로 기술적 동반 상승 가능한 파트너사 소개 등 니어스랩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했다. 

해당 투자 유치로 니어스랩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그 결과 올해 글로벌 성장이 지난해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자율비행 드론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가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25여 곳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니어스랩은 CVC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공략으로 다수의 글로벌 수주를 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포스코기술투자의 대기업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성장을 위한 조력을 아낌없이 받고있다”며 “다양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비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여러 산업에서 혁신을 만들며 상호 협력관계에 기반한 동반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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