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14개국 중앙은행, CBDC 발행 연구 활발
IMF, 상호운용성 높은 글로벌 CBDC 플랫폼 개발 중
전문가들 “잘못 만들면 금융 안정성 위험 초래된다” 경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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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최근 100여 개가 넘는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고려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2020년부터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영향으로 현금 사용이 줄고 온라인 결제가 급증한 영향으로 보인다. 

CBDC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보다 안정성이 높다. 또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일반 지폐처럼 가치 변동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CBCD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CBDC 플랫폼을 개발하는 추세다. 

 

전 세계 CBDC 발행 연구 중∙∙∙글로벌 플랫폼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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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는 중앙은행(Central Bank)과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용어로,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뜻한다. 여기서 디지털 화폐는 내장된 칩 속에 돈의 액수가 기록돼 있어 사용액만큼 차감되는 전자화폐다. 

이에 따라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므로 현금과 달리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다. 또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 보유 한도 설정, 이용 시간 조절 등이 가능한다. 

CBDC 발행 연구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전 세계를 잇는 CBDC 플랫폼을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총재는 “CBDC는 국가별 단편적인 제안으로 만들어져선 안 된다”며 “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거래를 위해선 국가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IMF는 글로벌 CBDC 플랫폼의 개념을 연구 중”이라며 “각국 중앙은행이 상호운용성을 허용하는 공통의 프레임워크에 합의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통 플랫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에 공백이 생길 것이고, 이를 가상자산이 채울 수 있다”며 “가상자산은 자산이 뒷받침될 땐 투자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투기가 된다”고 경고했다. 

또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 세계 연평균 송금 비용은 440억 달러(약 56조 원)에 달한다”며 “CBDC는 더 많은 사람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게 함으로써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국경 간 결제와 송금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IM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14개국 중앙은행이 CBDC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여 개국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과 CBDC 이니셔티브를 도입했다. 이들은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해 개인 간(P2P) 결제와 소액결제 등을 포함한 소매 부문에 CBDC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웨덴은 2020년부터 디지털 화폐 ‘e-크로나’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중심 국제 금융질서를 재편한다는 목적으로,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기 시작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 결과, 2년여 전부터 인민은행에서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를 중국 내 800만개 점포에서 사용 가능하다. 

 

CBDC 등장, 탈달러화 가속∙∙∙단, CBDC 제대로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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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화의 지배력이 유로화, 위안화, CBDC를 포함한 새로운 통화 체제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일각에서는 “유로화와 위안화는 달러의 가장 큰 경쟁자이며 CBDC의 등장 또한 탈달러화를 가속할 것”이라며 “달러의 패권이 점점 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10∼20년 이내에 지역 지배적 통화와 다국적 국제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가 현재 유로화와 역할을 공유하고 있는 동시에 위안화는 더욱 개방되고 있고, 미래의 CBDC 혹은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다른 옵션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미 많은 국가에서 CBDC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토큰이 채택될 경우 지불 결제시 달러의 필요성은 없어진다. 게다가 미국의 채무 불이행 위협 등 파괴적인 사건도 탈달러화 가속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이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장에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번스타인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토큰화 분야의 진전으로 스테이블코인 및 CBDC 시장 규모가 향후 5년간 최대 5조 달러(약 6,410조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앞으로 5년 동안 중국 CBDC 프로그램을 필두로 스테이블코인 및 CBDC 유통량이 뚜렷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 시장의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과 결합해 은행 예금과 경쟁 구도를 확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화 기술은 정책 입안자들이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에 필수적인 부분임을 인정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며 넘어야 할 장애물도 언급됐다. 

특히 비트코인(BTC)을 제외한 암호화폐가 모두 증권이라는 견해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노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토큰이 네트워크 내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무너뜨린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가가 기존 금융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블록체인 업계의 노력을 깨닫지 못한 채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증권법을 암호화폐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만약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자국 내 활용만을 위해 CBDC를 개발한다면 우린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며 “잘못 설계된 CBDC는 금융 안정성 위험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재무 건전성 위험과 사이버 위험, 중앙은행 운영 위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타트업투데이=권아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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